먼저, 우리 YLC의 상징이자 홍보대사나 마찬가지인 김태원 선배님과 김태원 선배님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이러한 유사제목을 붙인 점에 대해 양해 말씀 구합니다. 이 글을 쓰기 바로 전날에 평소에 존경하던 김태원 선배님이 쓰신 '죽은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이 부끄러워 질 정도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선배님에 견줄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기에 이러한 글을 써봅니다.
때는 2003년 여름, 제가 1학년 여름방학 때의 작은 일화를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적에, 전 디지털 세상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저 '맨땅에 헤딩' 식으로 젊은 패기로 무작정 맞부딪히는 그러한 저돌적인 학생이었지요.
여름방학 때 무언가 멋진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흔히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일이 아닌 거창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평상시에 항상 지나다니는 광화문의 빌딩 숲에서 목에 아이디 카드를 걸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회사원들이 그리 멋져 보일 수 가없었습니다.
그래서 철없던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1주일 안으로 일자리를 구해보자고 말입니다. 1주일간의 기간을 잡고 발품을 팔아 일명 대기업이라고 불릴만한 회사로 무작정 들어가 엘리베이터 꼭대기층을 누르고 올라갔습니다. 올라가서는 대표이사실같이 그 회사를 대표할만한 직위를 가진 분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십중팔구 반응은 뻔했습니다. 그 방에 들어가기 전에 경비원이나 비서직원에게 쫓겨나거나, 들어가더라도 미친놈(?)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이저 신문사라고 불리는 곳에 들어가면 집 주위에서 새벽에 신문이나 돌리라는 핀잔을 받기 일쑤였고,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무모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미 채용 공고가 나더라도 인크루트, 리크루트 등의 채용전문 사이트에 올라오거나, 따로 다른 곳에 공고가 나길 마련인데, 한여름에 땀으로 샤워를 한 어느 학생이 무작정 찾아 와서 일자리를 달라고 하면 누가 선뜻 일자리를 줄까요.
이러한 행동을 약 4일간 반복했습니다. 그 더운 여름에 온몸은 땀에 젖은 상태로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저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하였습니다. '역시, 세상 쉽지 않구나!'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지요. 마지막 5일째도 역시 집을 나서서 광화문 빌딩 숲으로 나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역시 땀은 비 오듯 쏟아졌고, 지난 4일간 무리한 탓인지 몸이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바로 H 그룹의 한 계열사였습니다. 지금의 대통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잘 알려진 대기업입니다.
역시나 그날도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젤 꼭대기 층을 눌렀습니다. 꼭대기 층에서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웬일인지 인기척이란 없었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종잡을 수 가없었습니다. 제 눈에 띈 곳은 바로 대회의실. 그곳에서 소리가 들리더군요.
전 그 문을 활짝 두 손으로 열었습니다. 순간 제 얼굴이 붉어짐을 느낍니다. 간부회의가 열리는 듯 그 회의장 안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제 몸으로 쏠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비서실 직원으로 보이는듯한 여러 명의 직원이 절 쫓아내려고 제 몸을 붙잡았습니다. 그때의 제 몸의 상태는 이미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고, 탈진 직전의 상태에 이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젤 상석에 계신 어르신이 비서에게 말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저 사람 지금 쓰러지기 직전인 거 같아 보이니 얼음물 좀 주고 내방에 잠시 쉬고 있게 하게.'
전 의아했지만, 일단 옆방으로 가서 얼음물을 마시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소파에 기대앉았습니다. 그간 너무 고생한 탓일까요. 급기야 저는 단잠에 빠지게 됩니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전 잠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시계를 보니 약 3시간이 지나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앞의 책상에서 대표이사님이 업무를 보고 계셨습니다. 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사님이 제 앞에 오셔서 앉으시며, 어떻게 여기 오게 됐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전 그간에 있었던 자초지종을 다 말씀드렸고, 그 이야기를 들으신 이사님이 정말 박장대소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러고는 말씀하십니다. "내 밑에서 한번 일해볼텐가?"
그 말을 들은 저는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다음날부터 저는 대표이사님 옆자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특별히 뛰어난 능력도 없고, 재능도 없던 저였지만 무작정 달려들어 맞부딪혔던 저의 열정을 높이 사신 듯했습니다. 사실 열정이라고 보다는 무모함에 가깝긴 하지만요.
그렇게 약 2달간을 이사님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여러 가지 업무를 했습니다. 2학기 수강신청 전날에 이제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이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러자 이사님께서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시어 저에게 내미셨습니다. 돈 봉투인 것을 확인한 저는 사양을 했습니다. 돈 때문에 일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주는 것은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며 무작정 주시기에 저는 받아 챙기고, 그간 너무 감사했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인사한 후에 이사님 방 밖으로 나섰습니다.
집에 와서 돈 봉투를 확인한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100만 원짜리 수표 4장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었기에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저는 수표 1장만을 제가 갖기로 마음먹고, 나머지 3장과 그간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한 편지 1통을 함께 동봉하여 다음날 비서실 직원 형에게 전해드렸습니다.
이러한 일이 계기가 되어 1년에 2~3번쯤 안부전화를 드리는 식으로 연락을 이어갔습니다. 설날과 추석, 그리고 이사님 생일에 주로 전화를 드리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복학을 한 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기자생활로 말미암아 정말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던 저는 약 2년간 이사님께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에 처음으로 이사님께서 먼저 저에게 전화를 걸어주셨습니다. 오랜만이라며 점심식사를 하러 오라는 말씀에 전 바로 그 다음날 점심에 회사 앞으로 찾아갔고, 너무 오랜만에 뵙는지라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는 함께 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5년 전의 그 철없던 청년에서 이제는 어엿이 야구 기자명함도 가지고 있는 성숙한 청년으로 변모한 저는 이사님께 제명함을 직접 드리고, 의기양양하게 이사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금은 해체된 구단이지만, 예전 H 그룹 산하의 구단의 팬이셨던 이사님이 제명함을 받자마자 의외의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기특하다고, 장하다는 반응을 보이실 줄 알았던 이사님이 제가 생각한 것과 180도 다른 반응에 전 당황했습니다.
이사님은 굳은 얼굴로 저에게 불호령을 내리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 지금 뭐하고 다니는 거냐? 너 졸업하면 들어오라고 이미 네 자리 만들어 놨는데, 이런 힘든 생활은 뭐하러 하는 것이냐?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하지."
전 그 말을 듣고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네, 전 알고 있습니다. 이사님 말씀이 저 듣기 좋으라고 하신 빈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하지만, 저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거나 다름없다고 판단한 저는 정말 그 한마디 말씀에 무한히 기뻐하며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 당시 저는 김태원 선배님이 자신의 책에 종종 쓰신 단어인 "똘끼"가 가득한 사람 이였고, 실력도 없고, 가진 능력도 없지만 그저 한번 해보자는 신념으로 맞부딪혀 보았기에 이러한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김태원 선배님이 명문대 탐방 중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인 하버드의 맨큐 교수와 MIT의 촘스키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어 만나자고 한 것과 일맥상통 한다고 생각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열정은 그저 뜨거운 불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김태원 선배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리고 맨땅의 헤딩만큼 가장 무모하면서도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도 없다는 것을 저는 어린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졸업 직전의 비슷한 토익점수, 학점. 이제는 이러한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 또한 이제 졸업을 1년여 남겨두고 있는 입장에서 높은 스펙 보다는 다양하고 화려한 스펙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다 보고 싶으신 분, 나태한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고 싶으신 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지루한 일상에 파격적인 반전을 맛보고 싶으신 분은 어서 서점에 가셔서 김태원 선배님의 '죽은열정에게 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라는 책을 사서 읽어 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읽는 순간 더 이상의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니까요.